소개

성세천하: 여제의 탄생 Ⅰ(女王的遊戲:盛世天下 - 媚娘篇)
한때 SNS 및 유튜브에서 굉장했던 화제작이라 결국 참지 못하고 구매 및 플레이를 해버린 게임...ㅎㅎ 최근에 2(완결편)도 출시했다. 당 태종의 후궁으로 입궁한 무원조(武元照)라는 소녀가 갖은 궁중 암투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관건인데, 마치 참여형 중드를 즐기는 것처럼 내가 고르는 선택지에 따라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는 그런 게임이다.

아는 사람은 이미 알겠지만 무원조는 당나라 시대 당 태종의 후궁으로 입궁해 당 고종의 황후가 된 뒤, 황제의 자리에까지 오른 측천무후(則天武后)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이다. 실제 이름은 무조(武曌)인데, 게임에서 나왔던 것처럼 당태종이 붙여준 별명인 미랑(媚娘, 예쁜 소녀)으로 자주 불렸다고 한다. 성까지 붙이면 무미랑.
남편의 아들(!)과 재혼, 여자의 몸으로 황제가 되었다는 점 등 여러모로 역사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라 이미 그녀를 모티브로 한 매체가 많은데, 그 중에서 역시 유명한 걸 꼽자면 바로 드라마 무미랑전기가 되시겠다.

진짜 너무너무너무 제일제일 좋아하는 여배우 판빙빙이 주인공을 맡은 작품으로, 어마무시한 제작비를 거의 의상과 장신구에 썼다는 말로 유명하다. 스토리는 솔직히 고만고만한데(후반 부분은 지루해서 사실 스킵함;;) 정말 압도적인 화려함에 비주얼 폭발 대잔치라 보는 눈 하나는 즐거웠던 작품.
아무튼 성세천하가 무미랑전기랑 기본적인 내용은 비슷한데 은근 세세한 줄기는 달라서 또 색다른 맛도 있었다.
서브남주의 반란... 이태가 이렇게 멋있을줄이야


무미랑전기에서는 못생긴 아저씨에 야심만 많고 심지어 위귀비와 내연 관계였던(!) 이태가 성세천하에서는 핵존잘 냉미남으로 나온다...! 98년생의 야오치(姚弛)라는 젊은 배우가 연기했고, 당 태종을 많이 닮아 아끼는 아들이라는 설정이 붙었다. 형제들 죽이고 황위에 오른 당 태종인만큼, 성세천하 속 이태도 황위에 대한 야심이 크고 그를 위해서 설령 친형제라 하더라도 거리낌 없이 경계하고 처리할 만큼 냉철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잔혹하고 비정한 이태는 처음부터 무원조를 자신의 장기말로 쓸 요량이었다. 연회 때 보니 어린 여자애가(실제 역사로 따지자면 당시 무원조는 14살...) 모함을 받고 궁지에 몰려도 침착하게 잘 빠져나가는 게 꽤 쓸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맹(사실상 반강제)을 제안했고, 무원조는 이를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이태는 무원조가 제 성에 차지 않거나, 필요성이 떨어지면 가차 없이 죽이거나 버리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무원조에게 점차 빠져드는 게 눈에 보였다. 냉철하기도, 교활하기도, 똑똑하기도 한 무원조가 아무래도 자기 생각보다 더 마음에 쏙 드는 여자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랑 닮은 것 같다는 부분이 큰 호감이자 매력 포인트였던듯ㅋㅋㅋㅋㅋ 이런 타입의 남주들은 꼭 햇살여주, 천진여주가 아니라 싸패여주, 능력여주한테 빠지더라

이태의 마음이 가장 크게 동요하기 시작한 건 역시 이승건 반란 이후 무원조가 미련 없이 떠났을 때부터인 것 같다. 4장에서 비가 몰아치던 날, 이제 우리 사이에 빚은 없으니 서로 갈 길 가자며 미련 없이 떠나는 무원조를 보며 마지못해 인상 찌푸리고 "무원조!" 불러보는 이태. 하지만 무원조는 자기 갈 길을 찾아 가버린다. 본인으로선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제 발로 떠나는 장기말은 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
이후부터 이태는 계~속해서 무원조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이치와 함께 있는 무원조가 신경 쓰이는지 자꾸 힐긋힐긋 쳐다본다거나, 무원조가 당 태종과 자면 승은 입었다며 축하해~하고 비꼬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거나... 심지어 이때쯤부터는 선택지를 아무거나 골라도 무원조를 죽이지 않는다...!ㅋㅋㅋㅋㅋ 장족의 발전(?)

대망의 옥용고 씬...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너라는 선택지를 고르면 어쩔줄 몰라하며 주먹도 꼭 쥐었다가 미소를 겨우 참는 이태를 볼 수 있다. 나를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던 무심한 고양이가 알고 보니 나를 좋아한다네... 얼마나 기쁠까ㅋㅋㅋㅋㅋ 무원조 주려고 힘들게 구해온 옥용고를 손에 직접 쥐여주며 '나 출정 나가니까 그동안 잘 있어'하는 남편 같은 대사까지 날려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원조가 편기 구해달라고 도움 요청하러 이태에게 갈 때다. 죽음이 뻔히 보이는 판인데 지금 나 보고 죽으라는 거냐는 이태. 무원조가 자기도 함께 하겠다고 하자, 저런 가련한 얼굴로 웃으며 알겠다고 수락한다ㅋㅋㅋㅋ 이 부분이 참 발리더라...ㅠ 누구보다 계산적인 남자가 무원조 앞에서만 그게 자꾸 안 된다는 게 사랑에 빠졌다는 증거 같아서 마음에 와닿았음.
정사로 보나 뭐로 보나 무원조의 메인 남주는 이치고, 이태는 서브 남주 포지션인 것 같은데 매력이 어마어마해서 역전이 된 것 같다. 이태 역을 맡은 배우가 딱 이태처럼 잘생기기도 했고, 연기도 괜찮아서 더 인기가 많은듯.
너는 여기서도 순정남이구나 이치야

이태와 달리 이치 쪽은 무원조를 처음 봤을 때부터 꽤 마음에 들어했던 것 같다. 개끔찍한 비파 연주를 선보일 때도 저 홀린 듯한 미소를 보이는 거 보시죠...ㄷㄷㅋㅋㅋㅋㅋ 첫눈에 반한 걸까? 아무튼 이치는 무원조를 처음부터 마냥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인다. 무원조가 위험에 처하면 앞에서도, 뒤에서도 그저 도와주는 진성 순애남...
무원조가 감옥에 갇혔을 때도 이태쉨은 무원조 정도면 자기가 알아서 살아남음ㄱㅊ 하고 말았지만 이치는 뒤에서 고양공주랑 만나게 유도하는 등 도와주기도 했고...

이치의 순애가 어느 정도냐면, 말에서 떨어질 때 일부러 안 도와주면 크게 부상 입는데 그 와중에도 남긴 한 마디가 '구하러 와줘서 고맙다'임... "그거 하나도 못 살리냐"가 아니고 "고맙다"...ㄷㄷ 원래 나사 빠진 애였으면 몰라도, 평소 야무진 애가 저렇게까지 무원조에게 넋놓고 있으니 능소가 걱정돼서 전전긍긍할만도 하다고 느꼈다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대망의 애칭 장면. 무원조가 너 때문에 출궁하고 싶지 않다고 하니 넘나 좋아하면서 '조아'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중국에서는 보통 여자 애칭으로 이름자 똑같이or뒤에 아를 많이 붙이는데(예를 들어 견환이면 환환, 환아) 한국어 자막에는 이런 부분이 번역이 안 되어서 아쉬웠다.
아무튼 그저 순애남... 근데 무미랑전기 속 이치와 달리 성세천하 속 이치는 조용한듯 해도 나름대로 뒤에선 황위를 가질 계획을 짜고 있는 야망 있는 애고 음모도 꾸미는 친구다. 마냥 순진무구가 아니고 나름 구린 구석도 있는 음흉한 성격? 그래서 처음에 제일 적응이 안 된 캐릭터이기도 하다.


반묶음 스타일에 청순 메이크업, 밝은색 복식까지. 스타일은 무미랑전기 속 이치와 닮았는데 성격은 다소 다른 성세천하 속 이치.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이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비록 구린 구석은 있어도, 내 누나 앞에서만큼은 한결 같이 얌전조신강아지였기 때문...ㅎ
칭심&이승건의 피폐맛 러브 스토리

무미랑전기에서도 등장했던 칭심과 이승건의 러브(?) 스토리. 실제 역사에서도 있던 내용인데, 이승건은 게이는 아니었고 실제로는 무미랑전기에서처럼 태자비도 있었다. (유부남) 거기다 여자도 엄청 좋아하는 망나니 재질이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칭심이 어린 소년이었다고 한다........ 범죄 수준의.....
성세천하에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칭심과 이승건이 동년배처럼 나오고, 이승건이 망나니가 아닌 멀쩡한 정상인으로 나온다. 이승건은 태자긴 하지만, 정작 본인은 딱히 태자 자리에 관심이 없고 음악과 예술에 관심이 깊다. 어렸을 때 악보 완성하고 싶다고 했다가 당 태종한테 드잡이질도 당했던듯. 이때 하필 재수 없게도 칭심의 부모가 휘말려 죽게 되는 사고가 벌어진다.
이 일로 칭심은 이승건에게 복수심을 품게 되었고, 일부러 이승건에게 접근해 그를 몰락시킬 기회를 엿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승건은 칭심을 곁에 두기 위해 반란까지 불사한다. 바라던대로 모든 것을 잃은 이승건에게 칭심은 찾아가 모든 진실을 밝힌다.

그런데 이 남자... 칭심을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 심지어 화도 내지 않는다...ㅜㅜ 이태랑 손을 잡은 거였다고 말하는데도 내 동생이 날 위해 준비한 아름다운 꿈이었구나~... 이러고 만다. 그냥 모든 걸 자포자기한듯한 느낌. 감정적으로 격하게 왜 그랬냐고 화내거나 오열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덤덤한 슬픔으로 가서 더욱 몰입감이 느껴졌다.



심지어 더 마음 아픈 점은 칭심도 이승건과 함께 지내며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봤을 땐 얘네 커플이 제일 눈물 나는 서사가 아닌가 싶다...ㅜㅜ 으헉
기타
이 외에도 상황이 억까한 무원조와 고양의 빠그러진 우정, 두약의 광기어린 충성심, 자기 손으로 망가트린 여동생과 함께 있는 그림을 처소 침대 맡에 늘 두고 있던 양숙비까지...
굉장히 세심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챙긴 게임이었다
2하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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